[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제가 일을 하면서 연령을 불문하고 정말 많은 기부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연령이 높은 어르신들에게 ‘왜 기부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6.25 때 우리가 도움을 받았으니까’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기부의 목적 자체가 달라졌어요.”
조성도 마이오렌지 총괄대표는 최근 기부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도 대표는 “젊은 세대들은 단적으로는 6.25를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기빙코리아라는 조사를 하는데, 2년에 한 번씩 기부 동기 조사도 진행한다”면서 “기부동기를 보면 몇 년 전부터는 사회적 책임감으로 기부한다는 이유가 1순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북 산불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무안 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시민들은 기부금을 보내거나, 물품을 후원하며 앞다퉈 기부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것이 기부에 대한 최근의 분위기다. 조성도 대표는 “단순히 불쌍하기 때문이라거나 동정심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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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SG 친환경 대전 부스.[출처=마이오렌지] |
AI 기반 임팩트테크 기업 마이오렌지(주)는 소셜임팩트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본래 목적인 사회변화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이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봄꽃이 싹을 틔우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던 지난 1일, 조성도 마이오렌지 총괄 대표를 만났다.
“오렌지레터 아시죠?”
소셜임팩트 영역에서 일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뉴스레터인 ‘오렌지레터’는 벌써 7년가량 매주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한 주간 소셜임팩트 영역의 소식과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어, 오렌지레터만 잘 읽어봐도 소셜임팩트 분야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오렌지레터는 처음 ‘슬로워크’에서 발행됐다. 슬로워크는 브랜딩 & 디지털 에이전시로, 비영리단체, 사회적경제 기업 등 소셜임팩트 조직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조성도 대표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슬로워크에서 일했고, 마지막 2년간은 대표이사를 맡아 수행했다. 그는 “대표가 되고 나서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니 소셜임팩트 조직 사이의 격차가 더 심화된 것 같았다. 대형조직들은 디지털 전환에도 앞서가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반면 소규모 조직들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소셜임팩트 조직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 도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점점 조직 간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을 활용해 소셜임팩트 조직들이 본연의 임팩트 창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마이오렌지를 설립하게 됐다.
마이오렌지는 오렌지레터를 발행하는 것 외에도 개인기부관리서비스 ‘마이오렌지’에서 기부자 관점의 기부단체 평가지표 ‘MYDINA(마이디나)’를 만들었고, 기부자들이 기부단체에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마이오렌지’는 곧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또한 비영리단체 정보 서비스 ‘오렌지랩’은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 비영리단체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높였다. 현재 2만여 개 이상의 비영리단체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사회공헌 뉴스를 매일 수집하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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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도 마이오렌지 총괄대표.[출처=마이오렌지] |
“‘오렌지랩’의 기능은 최근 출시한 ‘오렌지임팩트’에 통합할 예정입니다”
조성도 대표는 ‘오렌지임팩트’에 대해 설명했다. 오렌지임팩트는 그동안 오렌지랩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원조달 조직과 소셜임팩트 조직을 연결하고, AI 기반의 임팩트 리포팅 기능을 제공한다.
“그럼 기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가치치표(SVI),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와 차이점이 뭐에요?”
기자의 질문에 조성도 대표는 “기존 SVI나 SPC의 프레임워크나 측정 기준을 새로 만들려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임팩트 측정 기준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임팩트 측정 및 평가하는 기준을 탑재할 예정이라는 것. 기업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춰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도록 범용적인 플랫폼이 될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 대표는 “임팩트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운 과정들이 있는데, (오렌지임팩트는) 이것을 자동화 하는 것”이라며 “특히 모든 임팩트를 숫자로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숫자로 가능한 것은 숫자로, 그렇지 않은 것은 텍스트로 표현하는, 결합된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임팩트’는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기부문화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기부가 이어지려면 소셜임팩트 조직과 기부자 간 소통이 필요하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아웃풋만으로도 기부자들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예를들어 ‘기부금으로 100명에게 장학금을 줬다’고 보고하면 만족하셨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취업률을 높이고 싶어서 기부한’ 기부자들에게 몇 프로가 취업에 성공했는지, 소득은 얼마나 늘었는지 등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전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래야 ‘내 기부금이 잘 쓰였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부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웃풋뿐만 아니라 아웃컴이나 임팩트까지도 측정해야 한다. 이것이 조성도 대표가 오렌지임팩트가 기부금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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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스 콜라보레이트에서 조성도 대표.[출처=마이오렌지] |
“사회문제 심화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진다는 것”
최근 우리사회에는 경기침체, 지역소멸, 저출생·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해 그저 먹고살기도 빠듯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점점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회문제에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조성도 대표는 “사회문제가 심화되는 것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비영리단체들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가 많아진다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로 비영리단체들은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어 오히려 해결해야할 사회문제가 많아졌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 같은 소셜임팩트 조직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려면 조직의 역량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쌓는 노력은 소셜임팩트 조직이 기업과의 협업의 기회가 생길 기회도 많아진다. 조 대표는 “오렌지임팩트는 소셜임팩트 조직들이 인바운드 세일즈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대기업 CSR 담당자들을 인터뷰해서 소셜임팩트 조직들에게 궁금해 하는 것을 조사했고, 오렌지임팩트 조직 프로필 양식에 질문을 넣어뒀다”면서 “양식을 채우다 보면 대기업 세일즈용 단체소개서가 생기는 것이다. 또 (필요할 경우) 마이오렌지에서 대기업 담당자의 시각에서 프로필 수정 조언도 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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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오렌지 로고.[출처=마이오렌지] |
“소규모 소셜임팩트 조직, 성과를 잘 정리해 놓으세요”
소규모 소셜임팩트 조직들은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다보니 가장 먼저 ‘홍보비’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홍보’는 필요하다. 조성도 대표는 “역사가 오래되고 역량을 인정받는 비영리조직들도 데이터 아카이빙이 잘 되어있지 않은 곳을 종종 본다. 그간의 성과가 정리되지 않아서 조직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정리하고 아카이브 하는 활동은 당연히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보다 앞서서는 내부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일하게 하고, 우리 조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홍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거나, 중단한 소셜임팩트 조직들은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터널 브랜딩을 위해서 우리 조직의 성과를 공유하는 뉴스레터나 블로그를 운영해 보는 방식도 좋다.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연스럽게 홍보로 이어질 수 있다.
“갑자기 조직의 인지도를 올리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방법은 오렌지임팩트,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 등과 같은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플랫폼 내에서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면, 플랫폼에서 알아서 조직의 홍보를 해줄 겁니다. ‘플랫폼 레버리지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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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SG 친환경 대전 부스.[출처=마이오렌지] |
“‘임팩트 성과 측정의 대중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마이오렌지의 향후 계획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소셜임팩트 조직이 본연의 미션인 ‘임팩트 창출’을 얼마나 잘 하는지를 보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도 임팩트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이오렌지가 AI기술을 이용해 임팩트 성과 측정의 대중화를 이끌고 싶다고 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해서 글로벌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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