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학교에서 무지개길 함께 걷기 가이드북 발간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대부분의 청소년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친구를 사귀고 자신을 발견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가는 공간인 학교는 청소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나는 학생 성소수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고립과 두려움의 연속이다. 교사와 동료 학생들 사이에서 무심히 오가는 혐오 발언은 일상이 되었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배제가 반복된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배우고 경험해야 할 학교가 오히려 차별을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부산지역 학생 성소수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학생 208명 중 71%는 동료 학생으로부터, 33%는 교사로부터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9%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경험했으며 부당한 일에는 △내가 성적 소수자임을 공개함(22%) △놀리거나 모욕적인 말(20%) △다른 사람에게 나를 모욕한 것을 알게 됨(16%) 등이 포함됐다. 또한 76%는 '주변인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43%는 다른 학생들이나 학교 공동체로부터 배제돼 외롭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학교 안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혐오 발언과 관련된 응답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하 표현이 넘쳐났습니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차별로 인해 고통받고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외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교실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과 함께 '학교에서 무지개길 함께 걷기 가이드북'의 2025 개정판을 발간했다. 이 가이드북은 교육 제도와 정책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교실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도움을 주고 싶은 교사들, 이들의 인권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됐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에 성소수자 학생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요소이며 특정한 선택이나 혼란의 결과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이미 성소수자는 질병이나 비정상이 아닌 인간 다양성의 일부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실 속 혐오는 때로는 "남자가 왜 저래?", "게이 같다" 등과 같은 노골적인 발언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성소수자 학생들을 고립시킨다. 또한 동성애는 비정상이며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병이라고 왜곡해 가르치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이 담긴 교육도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가이드북은 이러한 교육을 지식이 아닌 폭력이라고 비판하며 학교가 올바른 인권 감수성을 갖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교사의 한 마디는 학생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사는 어디에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성소수자 학생들이 교사에게 바라는 점은 간단하다. 자신들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고 고민에 함께 공감하고 지지해 주는 것,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고 학생이 스스로 교복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으며 성소수자 교사모임 QTQ와 전교조 성평등특별위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 지지를 위한 수업 과정안, 도서 목록, 영상, 교사용 참고 자료 등이 포함된 '무지개 배움 꾸러미'를 통해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학교를 위한 변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고 일부 지역의 청소년인권조례 또한 학교가 학생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지침이나 교육은 부재한 상황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성평등 교육이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학교는 차별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는 곳이어야 한다.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들이 안전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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