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워킹맘 A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동안 장을 볼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하던 온누리상품권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마트 직원은 “정부 예산이 이미 소진돼 당분간 사용이 어렵고, 내년에 예산이 다시 확보되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물가가 오르는 요즘 온누리상품권 할인 혜택이 큰 도움이 됐는데 갑자기 중단돼 아쉽다”고 털어놨다.
소비 진작 효과를 톡톡히 냈던 온누리상품권 할인·환급 행사는 정부 예산의 조기 소진으로 연말을 앞두고 잇따라 중단됐다. 매년 반복되는 ‘예산 소진형 정책 중단’ 속에서, 좋은 정책일수록 오히려 돈이 먼저 끊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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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광주광역시] |
문제는 소비 정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저출생 대응 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최근 ‘35세 이상 임산부 산전 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이 소진되면서 지원금을 수개월째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7월 시작돼 서울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임산부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임신 기간 외래 진료·검사비를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올해 9월까지 총 1만5058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뒤 연간 예산이 바닥났고, 이후 신청한 35세 이상 임산부 3100여 명은 “내년 1월 이후 순차 지급” 안내를 받았다. 시는 출생아 수 증가와 고령 임산부 비중 확대를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당장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정작 필요할 때 제때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는 산모·신생아 돌봄 서비스 예산 고갈이 생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는 약 40여 명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기관장들이 모여 열악한 예산 구조와 반복되는 정산 지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산후도우미 서비스는 선택이 아니라 부산시가 함께 책임져야 할 필수 보건 서비스”라며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산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공기관에 따르면 부산시는 실제 이용 수요 증가와 인건비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수년째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매년 연말마다 정산 지연이 반복됐으며, 올해는 5월부터 정산이 밀리기 시작해 9월에는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이후 부산시는 “2025년 미지급분을 2026년에 지급하겠다”는 안내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공기관들은 관리사 인건비와 4대 보험료, 운영비 등을 대출과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현장의 한계를 토로했다.
산후도우미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정부 지침의 갑작스러운 변경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가족도 산후도우미로 등록 가능’하도록 규제를 전격 완화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대부분 지자체 예산 편성이 이미 끝난 뒤 내려졌고, 그 결과 수요는 급증했으나 예산은 그대로인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중위소득 150퍼센트 이하 가정이 아이 한 명을 출산하고 친정어머니를 열흘간 산후도우미로 신청할 경우, 산모는 약 28만6000원을 부담하고 친정어머니는 106만8000원가량을 받는다.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예상보다 신청자가 빠르게 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접수 제한과 대기자 발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임산부 의료비 지원, 산후도우미 인건비 등 국민 삶과 직결된 정책들이 ‘예산 소진’이라는 이유로 잇따라 멈추고 있다. 저출생 대응을 위해 어렵게 만든 정책이 중단된다면,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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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영등포구] |
이런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영등포구는 중앙정부 예산이 조기 소진되며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사업’이 중단되자, 자체 예산을 긴급 편성해 지원을 이어갔다. 이 조치는 이후 보건복지부의 추가 예산 확보로 이어지며 사업의 전국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등포구 보건소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치매안심센터 우수사례 대상도 동시에 받았다.
온누리상품권에서 시작된 예산 소진 논란은 임산부 의료비와 산후도우미 돌봄까지 번지고 있다. 단기 처방식 재정 투입 대신 정책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복지 재정 구조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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