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여가부 장관 후보자, "아이돌봄은 저출생과 직결된 문제"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 비율은 58.5%로, 2015년보다 11.3%포인트 높아졌다. 자녀가 6세 이하일 경우에도 맞벌이를 이어가는 가정이 절반을 넘어섰다(53.2%). 영유아를 양육하면서도 부모 모두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들도 앞다퉈 돌봄 공백 해소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9월부터 ‘시간제 보육’을 전 자치구로 확대했다. 기존엔 일부 구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제 25개 전 자치구 어디서든 생후 6개월부터 만 7세까지 아이를 저녁 7시 30분까지 맡길 수 있게 됐다. 부모 부담금은 시간당 2000원이다.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병원 예약 등 긴급 상황에서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A씨는 “첫째가 아파 병원에 데려갈 때 둘째와 함께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이 힘들고 마음이 조급했는데, 시간제 보육 덕분에 여유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다음 달부터 9개 어린이집에서 ‘확장형 시간제 보육’을 시범 운영한다. 평일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해 부모의 선택지를 크게 넓혔다. 연령도 생후 6개월부터 미취학 아동까지로 확대했으며, 월 이용 시간 제한이 없어 ‘긴급 돌봄’ 수요를 유연하게 충족할 수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확장형 시간제 보육은 인천형 돌봄 안전망”이라며 “맞벌이뿐 아니라 조부모 돌봄이 어려운 가정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최근 잇따른 아파트 화재 사고를 계기로 돌봄 가정의 안전 강화에 나섰다. ‘아이돌봄서비스 신청 이력이 있는 세대’를 대상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무상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등 안전 취약 세대가 우선 대상이다. 김승룡 소방본부장은 “화재는 초기 인지가 생명인데, 아이 돌봄 세대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꼭 신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온종일 공동체 돌봄 모델’인 ‘함께 키워요! K보듬 6000’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13개 시·군 78개 시설에서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말·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지난해 하반기 2만2700명이었던 이용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5만692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K보듬 6000은 단순 보육에 그치지 않고 자율방범대·의용소방대와 연계한 안전 귀가 서비스, CCTV·비상벨 등 안전 인프라 구축, 무료 급식과 친환경 간식 제공, 돌봄 교사 전문 교육까지 결합한 ‘종합 돌봄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도는 2026년까지 도내 22개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와 협력해 전국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엄태현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장은 “아이와 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돌봄 환경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 지역에서 돌봄 서비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바로 종사자 처우 문제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아이돌봄은 저출생과 직결된 문제”라며 “인력은 충원되었으나 실제 활동 인원은 20%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은 고되지만 보수가 낮아 인력이 이탈하는 현실을 열정에만 맡길 수는 없다”라며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처우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서울과 인천, 강원에서 확대되는 시간제 돌봄은 맞벌이 부모에게 든든한 안전망이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주말 일정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하나 서비스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돌봄 종사자들이 떠난다면 제도는 지속하기 어렵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고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이 존중받으며 오래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돌봄 체계 구축은 저출생 해결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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