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칼럼] 추석 다다음날의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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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 다다음날의 미역국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기사승인 : 2025-10-07 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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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하필 그날 나를 낳으셨어요?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엄마, 왜 하필이면 음력 8월 17일에 저를 낳으셨어요? 추석 다다음날에요!"

어렸을 때 나는 맨날 불평불만했다. 친구들은 생일날 새 옷 입고, 미역국에 선물 등 가족들한테 축복받는데, 나는 늘 추석 음식 남은 것으로 생일밥을 먹었다. 전전날 먹다 남은 송편, 식은 나물, 그리고 지친 엄마가 대충 끓인 미역국.

365일 그 많은 날 중에서 왜 하필 추석 다다음날이냐고, 생일이면 늘 서운해했다.


시조부모부터 5대 선조까지

엄마는 시조부모부터 5대 선조까지 기일마다 제사 음식 준비하느라 참 힘드셨을 것 같다. 더불어 설, 추석 명절에 시부모 생신까지. 어찌 보면 매월 한 차례 음식 준비하고 기제 지내고 정리하고, 아마도 허리 한번 제대로 펴신 날이 없을 듯하다.

일 년 열두 달, 그런 효부 입장에서 네 번째 새끼가 세상과 마주하려 한다. 그때가 다름 아닌 팔월대보름 추석 즈음이다.

"아가야, 이삼일만 더 있다 나오렴. 선조님들 추석 음식 잘 만들어 맛있게 올릴 수 있도록 조금만 참으렴."

그 얼마나 힘드셨을까.

당신 손으로 물 길러 밥 짓고, 식기 세척하고, 시부모 수발들고, 부엌 아궁이 쪼그리고 앉아 불 피워 국 끓이고, 마루 건너 밥상 올리고 상 치우고 설거지하고!

그 녀석은 나오려 하고, 그 엄마는 이삼일 있다 나오라고 힘 꽉 주셨을 생각만 해도 이마의 구슬땀 서너 말은 되셨을 것이다.

그렇게 그해 그 엄마는 추석 음식 맛있게 조상님께 바치고, 식구들과 송편 맛있게 먹고, 음식상 다시 정리하고 한숨 돌리고, 팔월 열이레 새벽녘 당신의 손으로 탯줄 끊으며 세상에 나왔다.


45도 기울어진 케이크

두 달 전, 큰딸 내외가 옷 사주고, 오늘은 둘째 딸 내외는 용돈 주고, 아들 내외 또한 가을 겨울용 등산복 두 벌이나 선물 주고, 우리 이쁜 외손녀 우주는 원형 마크에 "할아버지 생신 축하해요" 손글씨를 써서 가슴에 달아준다.

특별히 둘째 딸은 여의도에 근무한다고 더현대 백화점의 과일이 듬뿍 든 케이크를 준비, 손주 손녀와 함께 불 밝히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금상첨화일까? 여의도에서 갖고 온 케이크가 무게 때문에 45도 각도로 쓰러졌지만, 외손녀 우주와 우리, 외손자 서진이가 함께 고개를 45도 뉘어 "생일 축하합니다" 함께 축하송을 합창하니 온 가족 웃음꽃 한 다발.

아이들, 사위 며느리, 그리고 손녀 손자, 그리고 영원한 동반자 아이들 맘이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불현듯 시조부모 그토록 헌신을 다해 모시던 그 님이 생각난다.

엄마, 이제야 알겠어요.


"엄마, 365일 그 많은 날 중에서 왜 하필이면 음력 8월 17일 추석 다다음날 나셨어요?"

그동안 추석 음식 남은 것으로 늘 생일상 주셨잖아요. 맨날 불평불만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 모두 제 동아리 틀었다고 출가하며 명절이면 시댁으로, 해외로 또다시 생일날 제대로 생일밥을 못 얻어먹고, 오늘처럼 명절 전에나 아니면 출가한 딸들 시댁 다녀오는 날, 역시 추석 엉겨서 미역국 먹네요.

"아들아, 내가 낳고 싶어서 낳았겠니. 어쩌다 생긴 거고, 아들이 그날 딱 찍어 나오는 것을 이 에미가 어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랬겠니. 그게 다 아들 팔자 아니겠니. 그러려니 하고 건강하게 살렴."

엄마, 이제야 그 말이 알겠어요.

엄마께서 떠나신 지 어느덧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들은 이렇게 나이 들어 할아버지가 되었고, 엄마는 증조할머니가 되셨습니다. 엄마께서 보고 싶어 하실 외증손녀 우주, 우리, 외증손자 서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할아버지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어요.

엄마, 하늘에서 보셨죠? 우리 외증손주들이 45도 기울어진 케이크 앞에서 고개 기울이며 웃던 모습을요. 그래도 우리, 우주, 서진이 증손녀 손자 축하 속에 축복의 케이크 커팅,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엄마, 흐뭇하시지요.

모레 소곡주 한 병들고

엄마, 모레 소곡주 한 병들고 엄마 곁에 달려갈게요.

그동안 "왜 하필 추석 다다음날이냐"라고 투정 부렸던 거, 미안해요. 이제야 알겠어요. 엄마가 선조님들 제사 음식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진통 참으면서도 송편 빚으시고, 그렇게 모든 일 마무리하고 나서야 나를 낳으셨던 거. 그게 다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거.

추석 남은 음식으로 차린 생일상이 서운했는데, 그 속에 담긴 엄마의 헌신을 이제야 깨달았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케이크가 기울어져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엄마가 평생에 걸쳐 가르쳐주신 거였어요.

엄마, 사랑해요.

늘 건강 잘 챙기라고 하셨죠. 잘 챙기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yskwoori88@gmail.com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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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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