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한국 사람들은 음악회를 1년에 몇 번이나 갈까. 시간적·경제적 제약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 공연 자체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더 크다.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기 위해 먼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지적 속에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연말을 맞아 생활권에서 즐기는 송년 음악회를 준비하며 지역의 문화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
| ▲ [사진=괴산군] |
충북 괴산군에는 최근 모처럼 무대 조명이 켜졌다. 4일 저녁 괴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송년 음악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군민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을 보려면 청주나 충주까지 이동해야 했던 주민들은 “올해는 꼭 한 번 보겠다”라고 말하며 공연장을 찾았다. 괴산군은 퓨전국악, 클래식, 트로트,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구성해 세대 간 이질감을 줄였다. 어르신부터 학생까지 함께 박수치는 모습이 이어지며 지역에서 보기 어려웠던 종합 공연의 갈증을 해소했다. 군 관계자는 “집에서 10분에서 15분 거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야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며 “이런 경험이 쌓여야 지역 공동체의 활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군도 의미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생거진천 송년 음악회는 송기섭 군수가 직접 라데츠키 행진곡을 지휘하며 시작됐다. 이후 진천군립교향악단, 가수 조성모와 바다, 지역 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라 클래식과 대중음악, 합창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1부에서는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과 소프라노 이채영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이어졌고, 2부에서는 조성모의 아시나요, 바다의 Maria 등이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진천군은 내년에도 정기 연주회, 청소년 클래식 교육 프로그램, 문화 소외 지역 순회공연 등을 통해 생활권 문화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12월에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송년 공연이 이어진다. 서울 자치구는 물론 농촌 지역까지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의 송년음악회가 열리며 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경기 의왕시는 12월 12일 오후 7시 30분 계원예술대학교 우경아트홀에서 ‘2025 송년음악회 맺음 그리고 시작’을 개최했다. 의왕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형식으로 열렸으며, 소프라노와 베이스, 의왕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클래식 중심의 깊이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서울 서초구는 12월 20일 오후 4시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크리스마스 in 서초 - 페페의 꿈’을 선보인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동화와 뮤지컬 요소를 결합한 가족형 공연으로,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을 바탕으로 그림동화 영상과 뮤지컬 넘버를 더해 무대를 꾸민다. 서초구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가족이 함께 연말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12월 20일 오후 5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행복과 화합의 송년 음악회’를 연다. 서대문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성악가들이 출연해 캐럴과 겨울 노래를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지휘자가 곡 해설을 곁들여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 |
| ▲ [사진=부안군] |
전북 부안군은 12월 22일 오후 7시 30분 부안예술회관 공연장에서 ‘김현철의 웃음과 감동이 유일무이한 송년 음악회’를 연다. 지휘자 김현철과 현마에오케스트라가 참여해 크리스마스 음악과 친숙한 클래식 명곡, 오페라 아리아를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1부는 인기 서곡과 관현악 곡으로, 2부는 오페라 아리아와 성탄 레퍼토리로 구성해 가족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며, 부안군민은 1천 원에 관람할 수 있다.
제주 서귀포시는 12월 18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제주도립 서귀포예술단이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서귀포합창단과 관악단, 어린이합창단이 모두 무대에 오르며, 서귀포의 자연과 정취를 담은 곡과 클래식 명곡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특히 합창과 관악, 바이올린 협연, 국악 연주가 한 공연 안에서 이어지도록 구성해 세대와 장르를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지향한다.
각 지자체는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문화 경험의 축적이 지역 문화의 기반을 만든다고 보고 있다. 공연이 특정 세대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와 청소년, 어르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되는 이유도 같다. 지방에서 음악회를 보기 위해 먼 도시로 이동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가족 단위의 문화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전국에서 열리는 송년 음악회의 흐름은 지역의 문화 격차 완화를 넘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역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아이와 문화생활] 한글은 ‘한글용사 아이야’로 배워요!](/news/data/2025/09/23/p1065616863842460_728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