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아이를 준비하다가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난임 시술을 받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의 말이다. 제도가 있어도 ‘눈치가 보여서’, ‘휴가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쓰기 어렵다. 올해 2월 도입된 난임치료휴가는 법으로 연간 6일의 휴가가 보장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실제 수급률은 0.26%에 불과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임신부와 난임 부부의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며, 가임력 검사를 필요한 만큼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국가 차원의 난임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저출산 위기 속에서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빠르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술비 지원을 넘어 신혼부부·난임부부 건강관리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양·운동·모바일 건강관리 등 전문가 강의와 부부 모임을 결합한 8주 과정으로, 난임 멘토가 1:1로 참여해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참여자들은 “검사와 시술을 하느라 지친 마음을 나눌 창구가 필요했는데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는 2023년 이후 권역별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도 개소해 상담 거점을 확대했다. 초기 상담부터 고위험군 등록, 사례관리, 자조모임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춰 스트레스와 우울에 시달리는 난임 부부가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시는 원인불명 난임 부부에게 한의약 첩약 3개월 비용의 90%(상한 120만 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은 전액을 지원한다. 그동안 난임 부부가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아내의 주민등록지나 직장 소재지 보건소에서만 신청할 수 있었고, 남편 주소지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10월부터는 남성의 주민등록지 보건소나 직장 인근 보건소에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돼 생활 동선에 맞춰 보다 편리하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남 진주시는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난임부부 진단비 지원사업’을 신설했다. 대상은 진주시에 주소를 둔 여성과 경남도 내 거주하는 배우자로,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임신이 되지 않은 난임 부부다. 부부당 1회, 최대 20만 원을 지원하며 여성은 기초 호르몬 검사·난관 조영술·자궁경 검사, 남성은 정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신청은 보건소 방문 또는 정부24 온라인 접수로 가능하다. 온라인 신청 시 발급된 검진 의뢰서는 신분증을 지참해 직접 수령해야 하며, 신청 후 3개월 이내에 검진을 완료해야 한다. 시는 “초기 검사비조차 부담이 되는 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주시는 이외에도 체외수정·인공수정 시술비, 한의약 치료비, 난임부부 격려금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며 지역 차원의 책임성을 높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의료원 내 통합난임치료센터를 조성했다. 약 13억 원을 투입해 최신 장비와 전문 의료진, 배아 배양사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심리 상담과 맞춤형 치료를 결합한 통합 모델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던 부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구시는 난임 시술비 지원 예산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임치료휴가다. 올해 2월부터 연간 6일 중 2일이 유급으로 보장되지만, 실제 수급률은 0.26%에 불과하다. 올해 2~8월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가 13만여 명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난임치료휴가 급여를 받은 사람은 346명뿐이었다.
난임 지원 정책은 해마다 늘고 있고 지자체별로 차별화된 정책도 시도되고 있다. 하나 진짜 필요한 것은 난임 부부가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의 변화다. 치료비와 진단비, 심리 상담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가 마련되고, 일터에서 제도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 비로소 난임 부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 완화는 물론, 심리적 지지·사회적 인식 개선·일터 권리 보장이 함께 작동하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부모가 되고 싶은 난임 부부가 아기를 품에 안는 그날까지, 이웃의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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