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칼럼] 어느 금융해설사가 연말 목욕탕에서 깨달은 ′공감·경청·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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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느 금융해설사가 연말 목욕탕에서 깨달은 '공감·경청·격려'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기사승인 : 2025-12-30 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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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책상 아래로 숨은 아들에게 건네는 뒤늦은 응원의 편지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을사년(乙巳年)의 끝자락, 동네 목욕탕의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고 지나온 한 해를 복기(復棋)해 본다.

 

한때 은행 본부장과 임원으로서 치열한 금융의 최전선을 누볐다. 20여 년 전 개성공단에 은행을 설치하고 3년여 근무하며 난중일기를 쓴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매일 기록한 일기장을 바탕으로, 1188일의 기억을 최근 171편의 연재로 마쳤다. 이제는 금융해설사로서 중고등학교 교실을 찾아 청소년들에게 금융 지식과 삶의 지혜를 나누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때를 벗겨낸 후, 생각의 실타래를 정리하려 사우나실로 자리를 옮겼다. 후끈한 열기 속에 마침 사우나 내 TV에서는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김붕년 교수가 출연한 예능·교육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소통을 주제로 한 그의 이야기는 평소 중고등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품었던 내 고민과 맞닿아 있어 절로 귀가 기울여졌다.

김 교수는 사춘기 아이들, 특히 중학교 학생들의 등의 산만함이 '나쁜 태도'가 아니라 '전두엽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김 교수 자신도 학생들 앞에서 이름이 붕으로 시작하는 "ㅇ년", "ㅇ신"으로 놀림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조차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심으로 이해하며, 못들은척하고 공감하고 경청한다고 했다.

순간 교실 풍경이 떠올랐다. 수업 중 끊임없이 장난치고 딴청 피우던 중학생들, 처음엔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편안한 마음과 상태로 경청하세요"라고 시작하며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썼다. 하지만 김 교수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이제야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것을 30년 전에는 전혀 몰랐구나 싶었다. 감정 조절이 서툴고 반항이 자연스러운 시기, 그때 나의 아들에게는 야단과 다그침만 있었다. 김 교수는 명확한 처방전을 제시했다. 바로 '공감·경청·격려'였다.

그 평범한 세 단어는 사우나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내 가슴을 때렸다. 교실의 중학생들에게도, 그리고 30여 년 전 아들에게도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성공만을 향해 질주하던 시절, 나는 정답을 제시하는 아버지는 되었을지언정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아버지는 되지 못했다. 공부보다 오락실이 좋았던 아들을 엄하게 다그치자, 겁에 질려 책상 아래로 몸을 구겨 넣던 아이의 떨리는 눈망울. "나처럼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무게였을지 이제야 깊이 성찰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부자(父子)에게도 참 좋은 시절이 있었다. 주말이면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목욕탕을 찾던 날들. 그 고운 꼬막손으로 아빠의 등을 밀어주던 그 여린 손길이 문득 그립고, 아무 걱정 없이 함께 웃던 그때가 사무치게 생각난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뒤늦은 배움과 그리움을 담아, 이제 장성한 세 자녀를 독립시키고 곧 손주를 맞이할 아들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아들아, 아빠는 이제야 공감과 경청을 배웠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아빠가 되겠다고 했지. 그래, 아들은 아빠보다 더 나은 아빠가 되길 바란다. 예쁘게 자랄 아이에게 비를 피할 지붕이 되어주렴. 아이를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청하며, 존재 자체를 격려하는 따뜻한 아빠가 되어주렴. 아들의 가정, 늘 햇살 가득한 거실처럼 온기 넘치는 곳이 되길 응원한다.

사우나의 열기가 몸을 데우듯, 김붕년 교수의 예능 프로그램은 내 얼어붙었던 지난 기억을 녹여주었다. 이제 나는 정답을 쥐어주는 엄한 금융해설사보다는, 아이의 서툰 발걸음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따뜻한 응원군이 되려 한다. '공감, 경청, 격려' 이 세 단어는 내가 평생 일궈온 금융 지식보다 더 소중한 내 삶의 최종 보고서다. 2025년 연말, 나는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다시 배우며 손주들에게 물려줄 가장 귀한 유산을 가슴에 새긴다. 새해 어느 날, "아빠 목욕탕 함께 가실래요", 하며 한 번쯤 불쑥 찾아올 아들과 그런 날도 꿈꾸어본다.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yskwoori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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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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